<라라랜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헐리우드 뮤지컬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만든 작품으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꿈을 향한 열정과 현실의 장벽, 그리고 음악이 주는 마법 같은 순간을 시각적·청각적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이번 글에서는 ‘사랑의 선택’, ‘꿈과 현실’, ‘음악의 마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작품을 심층 분석한다.
사랑의 선택
세바스찬과 미아의 관계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주차장에서의 짧은 시선 교환, 재즈바에서의 재회, 그리고 파티에서의 가벼운 대화가 둘을 조금씩 끌어당긴다. 그러나 <라라랜드>는 이 사랑을 단순히 감정의 폭발로만 그리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때로는 현실적인 조언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하지만 각자의 목표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면서 갈등이 생긴다. 세바스찬은 재즈 클럽을 열기 위해 상업 밴드에 들어가고, 미아는 오디션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며 다른 길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둘은 사랑과 꿈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감독은 이들의 관계 변화를 계절의 변화와 색채의 변주로 시각화한다. 봄의 화사한 색감은 설렘을, 여름의 따뜻한 톤은 관계의 깊이를, 가을의 차가운 색감은 갈등과 거리를, 겨울의 푸른빛은 이별의 쓸쓸함을 상징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과 함께이지만, 눈빛만으로 지난 시간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미소를 나눈다. 이는 사랑이 반드시 함께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각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 서로의 꿈을 가능하게 한 성숙한 결정임을 영화는 조용히 말한다.
꿈과 현실
<라라랜드>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꿈을 향한 도전’과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의 장벽이다. 미아는 카페에서 일하며 수많은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세바스찬은 순수한 재즈를 고집하지만 생계를 위해 타협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용기를 얻지만, 현실은 이상을 시험하는 냉정한 무대다. 영화는 꿈과 현실의 간극을 과도하게 낭만화하지 않는다. 미아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 세바스찬은 그녀를 다시 오디션장으로 데려간다. 그 오디션에서 미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The Fools Who Dream’을 부르며 기회를 잡고, 결국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그 성공은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이 장면은 꿈을 이루는 과정이 반드시 희생을 동반하며, 그것이 때로는 가장 소중한 관계를 잃는 대가가 될 수 있음을 상징한다. 셔젤 감독은 헐리우드의 화려함 뒤에 숨은 치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짧고 강렬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다. 관객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선택을 보며, 자신의 꿈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음악의 마법
<라라랜드>는 음악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을 주도하는 언어로 사용한다. 오프닝 넘버 ‘Another Day of Sun’은 군무와 화려한 색채로 캐릭터들의 활기와 꿈을 한눈에 보여준다. 세바스찬의 재즈 피아노는 그의 성격과 고집, 예술적 철학을 드러내며, 미아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멜로디도 변주된다. ‘City of Stars’는 단순한 러브송을 넘어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대화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Epilogue’ 시퀀스는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압도적인 장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만약’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현실에서는 함께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음악과 춤으로 체험한다. 셔젤 감독은 색채, 조명, 카메라 워크를 음악의 리듬과 완벽하게 맞춰, 대사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는 뮤지컬의 본질을 구현했다. 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며, 장면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관객은 영화관을 나서면서도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방금 경험한 감정과 서사를 되새긴다.
결론
<라라랜드>는 사랑과 꿈, 현실과 이상, 그리고 음악의 힘을 완벽하게 엮어낸 현대 뮤지컬의 걸작이다. 화려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매혹적인 연기와 잊을 수 없는 음악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선택과 성장, 그리고 예술이 가진 힘을 찬미하는 이야기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을 것이다.